불법점유와 차임 상당 부당이득


한 번 직접 여쭤보겠습니다.
내 부동산을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동안의 차임(=월세에 해당하는 사용료)을 내놓으라"고 청구할 수 있을까요? "내가 어차피 그 부동산을 임대할 생각이 없었으니, 손해도 없었던 것 아닌가"라는 반박을 들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다217883 판결은 바로 이 지점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었습니다.
무단점유에는 차임 상당 부당이득이 인정됩니다
먼저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본 판결은 "부동산의 무단점유·사용에 대하여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즉 누군가 내 땅이나 건물을 권원(=권리의 근거) 없이 사용하고 있다면, 소유자는 그 사용으로 얻은 이익만큼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부동산이 임대 가능한 부동산일 것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다시 말해, 그 부동산을 실제로 임대할 계획이 있었는지, 임대가 가능한 상태였는지를 일일이 따지지 않습니다. 차임 상당액은 무단점유로 얻은 이익을 금전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기준일 뿐입니다.
손해가 없다는 주장은 점유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불법점유가 없었더라도 부동산소유자에게 차임 상당 이익이나 기타 소득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그 다음입니다. 본 판결은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는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쪽에서 증명할 책임을 진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즉 "어차피 임대 안 했을 거잖아"라는 항변을 하려면, 점유자 측이 그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소유자가 임대 의사가 있었음을 먼저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추가 손해는 인과관계가 따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은 재개발 정비사업조합(甲)이 수용재결을 거쳐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는데도 종전 소유자(乙)가 건물을 비워주지 않아 분쟁이 된 사례입니다.

조합은 ① 차임 상당 손해배상과 함께 ② 사업이 지연되어 추가로 발생한 금융비용 손해배상까지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은 ①은 인정 방향으로, ②는 신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판단을 정리했습니다. "조합이 건물을 임대하지 않고 정비사업을 진행하려고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차임 상당 손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①의 결론입니다.
반면 ②의 추가 금융비용에 대해서는 "단순히 건물의 인도가 지연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정비사업 자체가 전체적으로 지연되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인도 지연과 금융비용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원인과 결과 사이의 합리적 연결)를 더 따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리하며

내 부동산을 누군가 권원 없이 쓰고 있다면, 그 자체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임대할 생각이 없었으니 손해도 없다"는 반박은 그 주장을 하는 점유자 쪽이 입증해야 할 부분이고, 소유자가 미리 임대 계획을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차임 외의 추가 손해(금융비용, 사업 지연 비용 등)는 그 손해와 불법점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따로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는 점만 함께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길게 보면 어렵지 않은 싸움이니, 등기부와 점유 관계 자료를 꼼꼼히 모아 두시고 차분히 대응하시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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