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입증 못 한다? 오진 사망 1억5천만원 받아낸 결정적 이유


"의료과실은 환자 측이 입증할 수 없으니 소송해 봐야 진다."
이 통념이 또 한 번 깨진 판결이 나왔습니다.

십이지장 천공을 놓친 진단, 환자가 사망에 이르다
울산지방법원은 십이지장 궤양 환자 A 씨가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진 사건에서 주치의와 B병원의 책임을 60% 인정하였습니다.
유족에게는 1억 5천여만 원을 연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이었습니다.

A 씨는 복통과 구토 증상으로 입원했지만 위장염·결장염 진단만 받은 채 일주일 넘게 같은 병원에 머물렀습니다. 증상이 더 나빠진 뒤에야 다른 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가족을 갑작스럽게 잃은 슬픔 속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글이 그 막막함에 조금이나마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법원이 어떤 흐름을 보고 책임을 가르는지 미리 짚어 둘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통념이 깨진 지점 — 검사를 했다고 면책되지 않는다
병원 측은 복부 방사선 검사와 내시경 검사를 모두 시행했고, 그 결과상 천공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주장만으로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심한 출혈을 동반한 궤양이 관찰되었고 환자가 복통을 계속 호소했다면, 비위관 삽입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추가 확인을 시도했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특히 혈압이 떨어지고 무뇨(소변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확인되기까지 했음에도 원인 파악을 위한 검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 무겁게 작용하였습니다. 검사를 한 차례 했다는 사실보다, 변화한 임상 상황에 맞춰 추가 진단을 시도했는지가 진단상 과실(의사가 마땅히 했어야 할 진단을 하지 못한 잘못)을 가르는 핵심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건이 이 판결과 꼭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그래도 검사는 했다는데" 하는 한마디에 막혀 발길을 돌리기 쉬운 상황에서, 실제 판결의 무게는 후속 판단의 흐름에 실린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처음 한 검사"보다 "이상 신호가 보였을 때의 후속 대응"이 결과를 가른 것입니다. 이 지점을 미리 알아 두면 진료기록을 검토할 때 어디를 먼저 봐야 하는지 분명해집니다.
보호자가 소송 단계에서 챙겨야 할 세 가지
의료소송을 처음 마주한 가족은 진료기록부터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다음 세 가지를 짚어 두면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진료기록 일체와 검사 결과를 사본으로 즉시 확보해 임상 흐름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검사 시각, 활력 징후, 처방 내역을 표 한 장으로 묶어 두면 변화 시점이 또렷이 드러납니다.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환자대변인제도(최근 1년간 277건이 신청되고 만족도 92%로 보고된 제도)와 민사소송 중 사안에 맞는 절차를 비교해 선택합니다. 두 절차는 입증 책임의 방식과 진행 속도가 달라 사안의 성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립니다.
- 법원 감정의의 의학적 감정을 거쳐 진단과 처치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준비를 합니다. 감정 신청 시점과 감정 항목을 어떻게 좁히느냐에 따라 결과의 설득력이 달라집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절차가 도리어 부담으로 다가오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길을 한꺼번에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한 단계씩 차근히 밟아 가면 길이 보입니다. 막막함이 가장 커지는 첫 한 달, 변호사와 함께 자료를 정리해 두면 이후 절차의 흐름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 입증의 길은 분명히 열려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의료과실 소송에서도 환자 측이 충분히 책임을 다툴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 줍니다.
검사 기록이 있다는 형식적 사실보다, 임상 변화에 맞춘 합리적 조치가 있었는지가 핵심 잣대였습니다. 진료기록과 감정 절차만 차근히 갖춰지면 책임 비율과 배상의 길은 분명히 열려 있습니다. 슬픔을 안고 계신 분께 한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법원이 무엇을 보는지 미리 알면, 그 한 걸음이 결코 무리한 길이 아닙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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