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건 빌려준 돈, 일부만 갚으면 시효는 어떻게 될까(대여금)

안녕하세요.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최선을 다하는 법무법인 동북아 권우상 변호사입니다.
여러 건 빌려준 돈을 받기 어려워졌을 때, "혹시 시효가 지나서 못 받는 건 아닌가" 걱정되셨죠?
반대로 빚이 여러 건 있는 분들도 일부만 갚았더니 어느 채무가 어떻게 정리됐는지 헷갈려서 마음 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이 2026. 2. 26. 선고 2025다215255 판결로 이런 고민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길잡이를 내놓았습니다. 함께 차근차근 풀어드리겠습니다.
어떤 문제 상황에서 시작된 사건인가
이번 사건은 한 채권자에게 여러 건의 대여금 채무가 있던 채무자가, 어느 채무에 충당하라는 지정 없이 전체를 갚기엔 부족한 금액을 일부 변제한 사안
입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남아 있는 소멸시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후 소멸하는 제도의 잔여기간)이 더 긴 채무가 채무자에게 더 유리하니 변제이익도 더 크다고 볼 수 있는지.
둘째, 충당 지정 없이 일부만 갚았을 때 그 변제가 모든 채무에 대한 시효중단(=시효 진행을 끊는 효과)을 일으키는지.
셋째, 1심에서 일부패소한 원고가 항소하지 않고 피고만 항소한 경우, 항소심이 어디까지 다룰 수 있는지입니다.
원인 분석 — 대법원이 짚은 법리
먼저 첫 번째 쟁점에 대해 대법원은 "남아있는 소멸시효기간이 길다고 하여 소멸시효가 나중에 완성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소멸시효가 나중에 완성되는 채무가 먼저 완성되는 채무보다 변제이익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477조가 변제이익(제2호)과 이행기(제3호)를 별개의 기준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출발점입니다.
시효는 중단·정지되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사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잔여 시효기간이 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채무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두 번째 쟁점에서는 의뢰인 입장에서 안심이 되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동일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다수의 채권이 존재하는 경우 채무자가 변제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제는 모든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서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을 가진다"고 판시했습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여러 채무 존재를 알고 변제했을 것이라는 경험칙을 근거로 삼은 것입니다.
해결책 — 채권자·채무자가 알아둘 실무 포인트

세 번째 쟁점인 항소심 심판범위는 절차법(=재판 진행 규칙) 영역이지만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1심에서 원고 청구가 일부 기각됐는데 피고만 항소한 경우, 1심 심판대상 전체가 항소심으로 이심되긴 하지만 항소심이 실제로 다루는 범위는 피고가 불복한 부분에 한정됩니다. 원고가 불복하지 않은 기각 부분은 항소심 판결 선고와 동시에 그대로 확정되어 소송이 끝나게 됩니다.

따라서 채권자라면 1심에서 일부 기각이 났을 때 패소 부분에 대해 항소 또는 부대항소(=상대방 항소에 편승해 자신의 불복을 추가하는 절차)를 반드시 검토해야 하고, 채무자라면 일부 변제 시 충당 지정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충당 지정 없이 부족액을 갚으면 모든 채무에 대해 승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십시오.
정리하며

대여금 분쟁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권리나 의무가 굳어져 버리는 것"인 경우
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번 2025다215255 판결을 보면 법원은 단순히 시효기간 길이만으로 변제이익을 판단하지 않고, 충당 지정 없는 일부 변제는 채무 전체에 대한 승인으로 보아 채권자를 두텁게 보호해 주는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또 항소심 심판범위 법리도 절차 안에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하는 안정적인 기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너무 막막해하지 마시고, 변제 내역과 항소 범위를 차분히 정리해 두시면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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